오라클 주가, 5230억 달러 AI 계약 발표했는데 11% 폭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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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0일, 무슨 일이 일어났나
2025년 12월 10일, 오라클이 2026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RPO(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 잔여이행의무)가 5,230억 달러로 전년 대비 438%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는 오라클 연매출 574억 달러의 무려 9배가 넘는 규모다.
보통 이런 발표가 나오면 주가가 급등한다. 수천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확보했다는 것은 향후 매출이 보장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오라클 주가는 장 마감 후 11.5%나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역대급 AI 계약 소식에 환호하는 대신, 패닉에 빠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투자자들은 화려한 숫자 뒤에 숨겨진 무언가를 발견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오라클 주가가 폭락한 세 가지 핵심 이유를 분석한다.
RPO가 뭐길래?
RPO란 무엇인가
RPO(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는 계약은 체결했으나 아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조선업의 ‘수주잔고’와 같은 개념이다. 미래에 매출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금액이지만, 아직 회사 장부에 매출로 기록되지는 않은 상태다.
클라우드 산업에서 RPO는 중요한 지표다. 계약 기간이 보통 1~3년이기 때문에, RPO를 보면 향후 몇 년간의 매출 가시성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RPO가 ‘정상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업체 RPO 비교
2025년 기준 주요 클라우드 및 SaaS 업체들의 RPO를 비교해보자.
주요 클라우드 업체 RPO/매출 비율 비교 (2025)
| 회사 | RPO | 연매출 | 배율 |
|---|---|---|---|
| Microsoft | $368B | $245B | 1.5x |
| Salesforce | $40B | $36B | 1.1x |
| ServiceNow | $24B | $12B | 2.0x |
| 업계 평균 | – | – | 1.5-2x |
| 오라클 | $523B | $57B | 9.1x ⚠️ |
출처: 각 사 2025년 실적 발표 자료
표를 보면 명확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5배, Salesforce는 1.1배, ServiceNow는 2.0배다. 업계 평균은 1.5~2.0배 수준이다. 반면 오라클은 9.1배다. 업계 평균의 거의 5배에 달한다.
정상 범위의 RPO는 계약 기간이 10년으로 길고, 매출 전환이 느리며,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문제 1: RPO 9배는 비정상적이다
9년치 일감의 의미
RPO가 연매출의 9배라는 것은 향후 9년치 일감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9년은 너무 긴 기간이다. 2026년에 체결한 계약을 2035년까지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기술 변화 속도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클라우드 산업에서 9배의 RPO는 극히 이례적이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1~2년치 계약을 확보하고, 계약이 만료되기 전에 갱신하거나 신규 계약을 추가한다. 하지만 오라클은 단번에 9년치를 쌓아놓았다.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계약 조건이 장기간에 걸쳐 있다. 둘째, 실제 서비스 제공이 언제 시작될지 불확실하다.
주요 고객은 오픈AI
오라클 RPO 5,230억 달러 중 3,000억 달러가 오픈AI와의 계약이다. 전체의 57%를 차지한다. 오픈AI는 5년간 연 600억 달러를 오라클에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문제는 오픈AI의 재무 상태다. 오픈AI의 2025년 예상 매출은 약 40억 달러다. 연간 손실은 5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오라클에 연 600억 달러를 지불한다? 이는 오픈AI 매출의 1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오픈AI 재무 구조 vs 오라클 계약
오픈AI 현재 상황
오라클 계약
오픈AI가 계약을 이행하려면 계속해서 외부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하지만 AI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5년 내내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만약 오픈AI가 자금난에 빠지면 오라클의 RPO 3,000억 달러는 순식간에 증발한다.
문제 2: 돈이 계속 나간다
Free Cash Flow(잉여 현금 흐름) 마이너스
오라클의 2026 회계연도 2분기(2025년 9월~11월) 실적을 보자. 영업현금흐름은 21억 달러였다. 하지만 자본지출(CapEx)이 120억 달러나 됐다. 결과적으로 Free Cash Flow(FCF)는 -100억 달러다. 마이너스다.
TTM(Trailing 12 Months, 최근 12개월) 기준으로 보면 더 심각하다. FCF가 -13.2억 달러다. 1년 전 같은 기간에는 +11.3억 달러였다. 1년 만에 24.5억 달러나 악화된 것이다.
오라클 Free Cash Flow 추이
출처: 오라클 FY2026 Q2 실적 발표
RPO는 5,230억 달러인데 현금은 오히려 나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막대한 선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RPO는 계약을 체결한 시점에 장부에 기록되지만, 매출은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한 후에야 인식된다. 그 사이의 공백 기간 동안 오라클은 자기 돈으로 데이터센터를 지어야 한다.
CapEx 급증 계획
오라클은 2026 회계연도에 500억 달러의 CapEx를 계획하고 있다. 2025 회계연도 실제 CapEx가 212억 달러였으니, 2.4배 증가하는 것이다. 500억 달러는 오라클 연매출과 맞먹는 규모다.
문제는 이 돈을 어디서 조달하느냐다. 영업현금흐름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부채를 늘리거나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실제로 오라클의 총부채는 1,120억 달러로 늘어났다. EBITDA의 4배에 달한다. CDS(Credit Default Swap) 스프레드는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무디스와 S&P는 오라클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전환했다.
문제 3: 전문가도 도망간다
블루아울 100억 달러 투자 철회
블루아울 캐피털(Blue Owl Capital)은 오라클의 최대 데이터센터 파트너다. 지금까지 수십억 달러를 오라클 데이터센터에 투자해온 핵심 파트너다. 그런 블루아울이 2025년 11월, 미시간주 100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투자를 전격 철회했다.
이 프로젝트는 1GW 용량의 대규모 시설로, 오픈AI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라클 RPO 5,230억 달러 중 오픈AI 계약 3,000억 달러의 일부를 실행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였다. 블루아울의 철회는 단순한 투자 취소가 아니다. 오라클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다.
블루아울이 철회한 이유는 명확하다. 실사(Due Diligence) 과정에서 오라클의 부채 증가, 오픈AI의 재무 불안, FCF 마이너스 전환 등을 확인했고, 위험이 너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장 가까이서 오라클을 지켜본 전문 투자자가 손을 뗐다는 사실은 시장에 강력한 경고 신호다.
신용 위험 증가
오라클의 CDS 스프레드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CDS는 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다. 스프레드가 높을수록 시장이 해당 기업의 신용 위험을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CDS (Credit Default Swap, 신용부도스왑)란?
채권을 산 투자자가 “혹시 이 회사가 망해서 내 돈을 못 돌려받으면 어쩌지?”라는 불안함을 느낄 때 가입하는 보험 같은 금융 상품으로 보험 가입재(채권 투자자)가 주가적으로 보험료를 내고, 보험사(금융기관)이 해당 기업이 부도가 나면 투자자에게 원금을 대신 갚아줌
무디스와 S&P 같은 신용평가사들도 오라클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총부채 1,120억 달러, EBITDA 대비 4배라는 높은 부채 비율, 그리고 계속되는 마이너스 FCF가 주요 이유다.
은행들도 태도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오라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안전자산’으로 평가했지만, 이제는 ‘고위험 프로젝트’로 분류한다.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오라클이 500억 달러 CapEx를 계획대로 집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투자자들이 본 진짜 위험
2025년 12월 10일, 투자자들은 오라클의 실적 발표에서 세 가지를 확인했다. 첫째, RPO 9배는 업계 평균의 5배로 비정상적이다. 둘째, FCF -13.2억 달러로 현금이 계속 나가고 있다. 셋째, 핵심 파트너 블루아울마저 투자를 철회했다.
RPO 5,230억 달러라는 숫자는 화려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오픈AI가 5년간 계속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까? 오라클이 500억 달러 CapEx를 감당할 수 있을까? 블루아울 없이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은 ‘일단 팔고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주가 11% 폭락은 투자자들의 공포가 아니다. 냉철한 리스크 평가의 결과다. 화려한 RPO 뒤에 숨겨진 구조적 문제를 본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블루아울이 철회 결정을 내리기까지 발견한 5가지 위험 신호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핵심 요약
오라클 주가 폭락의 3가지 이유
업계 평균 1.5-2배 vs 오라클 9.1배. 9년치 일감은 실행 가능성 의문.
TTM 기준 -13.2억 달러. 전년 +11.3억에서 24.5억 달러 악화.
최대 파트너가 100억 달러 프로젝트에서 손 뗌.
면책조항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나 종목 추천이 아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해 필자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언급된 기업, 수치, 분석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투자 전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고, 충분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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